날씨가 본격적으로 무더워지면서 음료수를 많이 마시게 된다. 이곳의 여름은 한국과 달리 건조한 여름이다. 한국에서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던 나도 이곳에서 외출이라도 하고 돌아오면 무엇인가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곤 한다. 우리 가족은 대부분 물과 과일로 수분을 충당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환타가 끼어들었다.
아이들도 나도 환타를 마셔본 기억이 극히 드물다. 가족건강에 극도로 예민한 나는 건강함의 첫걸음을 먹거리에 두었고 그렇기에 탄산음료를 구매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하루는 막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이탈리아 환타는 한국 환타와 맛이 달라. 나는 피식 웃었다. 환타가 거기서 거기지. 뭐가 다르냐. 네 입맛이 간사한것이겠지.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지만 어느새 나도 환타를 마시고 있었다. 딱히 거부감이 없는 맛. 무언가 껄끄러운 느낌이 없다. 얼핏 보니 인공색소나 방부제는 없었다. 조금 다르구나. 그렇게 환타는 슬금슬금 가족의 음료수로 자리 잡았다. 가격도 1.5리터 페트병 하나에 1천 원 정도. 한 푼이라도 아껴 써야 하는 외국살이에 어쩔 수 없다는 위안도 하면서.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아 다시 근심병이 돌았다. 하여 오늘은 작정하고 환타의 성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한국 환타 주성분을 찾아보니 익히 알고 있듯이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등을 첨가해서 오렌지맛을 낸 합성 음료였다.
이탈리아 환타는 방부제, 인공색소를 넣지 않았고 오렌지즙이 12% 들어간 옅은 오렌지주스에 가까웠다.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보면 물, 오렌지 즙 12%(이탈리아산), 설탕, 탄산, 구연산, 천연 감귤 향, 아카시아 안정제, 산화방지제가 들어가있다.
결론은 이름만 같은 환타. 내용은 전혀 다른 제품이었다. 회사를 욕해야 할까. 정부를 닦달해야 할까. 소비자의 의식을 탓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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