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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비따, 이탈리아에서의 삶

폭력과 증오 그리고 차별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정어리 운동'

LEGA는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을 의미한다. 볼로냐는 동맹을 원치 않는다! 정도로 읽혀진다.

 

정어리. 멸치와 비스므레한 등푸른 작은 물고기다. 정약전의 <현산어보>에도 소개될만큼 우리에게도 친숙한 어종이다. 다만 우리에게는 정어리보다는 멸치가 더 친근하기는 하다. 어쨋든 이 정어리가 요즘 이탈리아에서 화제다. 스스로를 정어리라고 칭하는 인간 정어리떼들이 이탈리아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것이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BELLA CIAO. 반파시스트에 저항하는 저항의 상징과 같은 노래다. 우리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정어리떼의 최초 출현은 19년 1114일에 있었다. 볼로냐의 삼십대초반 청년 네 사람은 나날이 세력을 넓혀가는 극우세력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연립정부에서 퇴출되어 야당이된 극우정당이 여전히 증오와 폭력과 차별을 선동하는것을 좌시할 수 없었다.

청년들이 낸 아이디어는 매우 독특하고 신선했다. 지금껏 단 한번도 시도되지않았던 물고기운동. 작은 물고기처럼 조용하지만 집단적으로 움직이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자했다.

 

 

우리 모두는 정어리다. 정어리떼가 되어 증오와 폭력과 차별을 선동하는 세력에 저항하자.상자에 담겨 팔려나가는 신세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다로 나오라. 각자 자신의 정어리를 그려서 만나자.

 

플레시몹형태로 반짝 모여 노래 부르고 헤어지려 했던 지극히 소박했던 계획.

 

하지만 청년들의 계획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운명의 1114. 최대 6천명이 들어찰 수 있는 볼로냐의 광장에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5천의 정어리떼가 모였다. 아무런 조직도 체계적인 연락도 없었다. 그저 SNS에 광고글을 올린것뿐이었다. 볼로냐의 정어리떼 소식은 순식간에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되어 토리노 등 주요도시마다 정어리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뉴욕에서도 출몰하는 등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는 조짐까지 생겨났다.

 

지난 1215. 정어리떼가 출현한지 고작 한달이 지났을뿐인데 이번에는 이탈리아 정치의 심장부인 로마에 정어리떼들이 출현했다. 무려 10만여명이 모였다. 보잘것없어보이던 작은. 정어리떼들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