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다. 개민들레라고 불리는 서양금혼초가 지나치게 번지는걸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다. 당시 제주에 강연을 왔던 유전공학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물어보았다.
한국땅에 들어오는 외래종들이 모두 그 생명력이 엄청나다. 서양민들레뿐인가. 배스나 블루길, 황소개구리도 그렇다. 유전적으로 뭔가 생각할 부분이 있는건 아닌가?
그가 웃으며 답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식물의 생명력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정말? 미처 생각치 못했던 답변이었다. 그러고보니 당연한 답변이기도했다. 토종식물이 우리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토종이지만 외국으로 건너가면 외래식물인것을.
그날 이후 낯선 극한의 환경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강렬한 인상은 내게 깊숙하게 각인됐다. 낯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은 어느새 익숙해져서 쓰지않던 무의식의 모든 역량까지 동원하게 마련이다.
몇 년이 흘렀다. 어느날부터인가 체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는게 느껴졌다. 나이 먹는게 실감나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 개민들레의 생명력. 나를 언어도 통하지않는 극한의 낯선 환경에 떨구어놓으면 어찌될까. 내 생명력이 다시 살아나서 건강한 삶이 조금 더 유지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
이탈리아로 건너온 중요한 이유중 하나다. 이곳에 온지 3년6개월이 지났다. 생명력 재충전이라는 목적은 120% 이루어진듯하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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