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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비따, 이탈리아에서의 삶

봄햇살과 모카포트, 그리고 3월


해가 뜨는 시간이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는걸 느낀다. 햇볕의 온도도 확연하게 올라갔다. 창 너머 아침해에 발바닥을 맡긴다. 따스한 온기가 발바닥을 거쳐 내 몸 구석구석으로 봄기운을 불어넣어준다. 사는게 별 건 가. 그래  사는 게 별 게 아니지. 이렇게 햇살에 몸을 맡기고 햇살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그런 시간이 내일도 모레도 내게서 멀어지지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아무렴. 충분하고 말고.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풍성한 만족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단지 10여분에 불과했다. 삶에 쪼그라든 내 발바닥은 뜨끈해졌다. 온기가 넘치니 이순간의 삶까지 여유로워졌다. 이제 일어나 커피를 마실 시간이다. 스파게티를 밥처럼 매일 먹다가 어쩌다 한식으로 돌아서면 한동안 스파게티는 거들떠 보지 않고 한식 만 먹게된다. 커피도 비슷하다. 얼마전까지는 드립커피만 마시다가 모카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니 습관적으로 모카포트에 커피가루를 넣고 있는 자신을 보게된다. 

오래된 모카포트에서 커피가 익는 풍경은 정겹다. 모카포트가 처음 생겨난 1933년부터 90여년 동안 이탈리아 사람들은 집집마다 모카포트를 쓰며 커피와 함께했다.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가 자식에게 물려주었고 그 자식이 손주들에게 건네준게 모카포트다. 수많은 에스프레소머신이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는 시대가 됐지만 가정에서는 여전히 모카포트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곳이 이탈리아다. 그 곳에서 모카포트에 넣은 커피가 익고 있다. 그래서 그것만으로도 따뜻해지는 아침.